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실제 주인공인 윌리엄 월리스가 조국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에 복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즈음. 스코틀랜드 변방 동북쪽 바닷가에서 양몰이를 하던 일단의 목동들은 무료한 시간을 달랠 겸 자연스럽게 생성된 모래사구, 링크스(Links)에서 지팡이를 기구로 삼아 공을 때리는 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수시로 바뀌는 종잡을 수 없는 바닷바람을 상대로 초원(페어웨이)과 풀숲(러프), 모래톱(벙커)에서 벌이는 이 놀이는 이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마을마다 링크스를 만들어 즐길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스코틀랜드 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확대돼 나갔다.
 

스카치위스키가 스코틀랜드 특산인 피트(土炭)를 사용해 위스키 특유의 맛과 향으로 세계에 전파됐듯 골프 역시 거친 북해의 바람과 기후가 결합된 스코틀랜드 링크스를 통해 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는 스포츠로 확산된 셈이다.

올해의 세 번째 메이저골프대회인 브리티시 오픈(디오픈)이 열리는 뮤어필드GC(파71·7245야드)는 살아있는 골프의 역사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세인트앤드루스 링크스와 더불어 세계 최고(最古)의 역사를 자랑하는 골프장이다.

고풍스런 중세식 건물들과 19세기 풍경으로 가득한 스코틀랜드의 주도 애든버러에 가까운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뮤어필드는 톰 모리스가 설계해 1891년 5월 16홀로 문을 열었고 보수를 거듭하면서 확대돼 같은 해 파 71의 정규골프장으로 개장했다. 이듬해 1892년 디오픈을 유치하면서 세계적 골프장으로 발돋움해 나갔다.
 

뮤어필드를 놓고 골프의 역사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대략 13~14세기부터 수백년간 스코틀랜드 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내려오던 골프 게임이 점차 체계화됐고 1700년대 들어 클럽이 생겨나면서 대항전이 열리기 시작했고 점차 경기로 발전해나가면서 룰 정립이 시급해졌다.

지금도 골프 경기중 플레이어간 다툼이 빈번한데 명확한 룰이 없던 당시에도 핏대를 올리는 다툼이 잦았던 모양이다.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1744년 결성된 어너러블 컴퍼니 오브 에딘버러 골퍼스(The Honorable Company of Edinburgh Golfers) 클럽(이하 에딘버러 골퍼스클럽)이 당시 만들어진 13개 조항의 기본 룰의 기초로 대회를 개최했고 이것이 골프의 현대골프의 모태로 자리잡았다. 이 골프 룰은 에딘버러 골퍼스 클럽이 1891년 뮤어필드 코스를 설립하면서 원본을 보존하고 있다.

최초로 뮤어필드는 현대 골프장 클럽하우스의 기본 양식이 됐고 아웃코스로 나가 인코스로 들어오는 라운딩 방식이 정립된 점도 뮤어필드에서 비롯됐다.
 

클럽이 설립한 골프장인 관계로 골프장과 회원의 관계도 우리와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골프장 회사가 골프장을 조성한 후에 클럽의 회원을 모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뮤어필드와 같이 골프의 본고장은 클럽(커뮤니티)이 먼저 결성된 후 회원들간에 의견교환과 출자를 거쳐 골프장을 설계하고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뮤어필드 역시 어너러블 컴퍼니 오브 에딘버러 골퍼스라는 프라이빗 클럽이 운영주체로 극소수의 회원들이 운영하는,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을 자랑하는 골프장이기 때문에 자부심은 대단할 수밖에 없다.

정확한 회원수와 회원명부를 공개하지 않는 오거스타와 마찬가지로 일반인의 라운딩은 거의 불가능하며 복장과 규칙이 매우 까다롭다. 넥타이를 매고 클럽하우스를 입장해야 하고 여성의 경우는 라운딩은 허용되지만 여성 4명의 한조 플레이는 안되고 반드시 남성이 1명 참여해야 가능하다. 

여성들의 입회불가 입장을 최근 철회한 오거스타와 달리 뮤어필드는 이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때문에 최근에도 원로 골퍼들과 여성계의 비난의 화살이 빗발치고 있지만 여성 회원 입회에 관한한 요지부동이다. 

링크스 골프장 답게 뮤어필드의 코스는 악명높기로 유명하다. 턱이 엄청나게 높은 벙커와 좁은 페어웨이, 30cm에 달하는 러프 등으로 여간 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북해의 거친 바람과 깊은 벙커, 긴 러프로 무장한 링크스는 코스 공략이 만만치 않다.

바닥이 훤히 비치는 호텔풀장에서 잔잔한 물결을 가르며 수영하는 것을 일반 골프장에 비유한다면 파도와 바람이 끊임없이 얼굴을 때리는 바닷가에서 수영하는 것을 링크스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까?
 

때문에 골프 코스도 어렵기로 유명하다. 1번홀(파4·447야드)은 파4로 강풍으로 악명 높은 곳이다. 페어웨이가 매우 좁아 티샷의 위치를 잘 잡아야 하고 티샷이 떨어지는 곳에는 여지없이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다만 그린의 높이가 페어웨이와 합쳐져 있는 것처럼 보여 숏게임 플레이는 다소 용이해 보인다. 

5번홀(파5·559야드)은 길이가 559야드 밖에 안 되지만 페어웨이 곳곳에 벙커가 있고 그린이 작아 난이도가 높은 홀이다.

6번홀(파4·461야드)은 코스전체를 통해 가장 어려운 홀 중 하나다. 대부분의 골퍼들이 치는 티샷은 그린 오른쪽과 왼쪽을 넘나드는 난기류에 길을 잃기 십상이다. 페어웨이가 매우 좁고 세컨샷 정도쯤에 벙커 세 개가 정상적인 플레이를 방해한다.

벙커를 넘겼다해도 페어웨이가 울퉁불퉁하고 깊은 경사의 오르막이 존재해 공략이 여간 어렵지 않다. 18홀(파4·471야드)은 페어웨이 벙커가 많아 드라이버 보다는 아이언샷 공략이 많은 코스로 세컨샷이 어려운 코스로 유명하다. 

 때문에 뮤어필드는 장타자이면서도 정확도를 갖추어야 공략할 수 있다. 1966년 잭 니클라우스가 이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티샷을 드라이버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스코틀랜드 지방 특유의 높고 깊이 패인 항아리형 벙커로 인해 샌드웨지 실력이 요구되는 점이 특이하다. 코스의 난이도는 골프를 재미있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달 US오픈이 개최됐던 메리언GC의 경우도 길이가 파70, 6996야드의 짧은 축에 들어가는 골프장이었지만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가 한명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선수들이 코스 공략에 애를 먹었다.
 

최근의 골프 트렌드가 정확도 보다는 장타 위주로 흐른다는 점과 링크스 코스에서는 의외의 승부가 빈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세계적 천재 선수들의 골프축전을 감상하면 재미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