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소개하기가 난감하다. 그야말로 한국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골프장은 좋은데 가서 칠 수가 없다. 회원제 클럽으로 미국인들도 웬만해서는 치지 못한다. 심지어 한때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케네디도 식당에서 입장이 거부되기도 했다는 말이 들릴 정도다.

엄격한 회원제이니 유색인은 물론이고 백인이라도 일정한 규정에 들지 않으면 입장을 불허하는 것은 골프장 마음이다. 바로 그 골프장이 사이프러스 포인트 골프 클럽이다.

미국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파인밸리 골프 클럽을 제외하고 오거스타내셔널과 2위 다툼을 벌이는 골프장이다.

사이프러스 포인트 골프 클럽은 미국 서부 몬트레이반도의 페블 비치에 있다. 그 유명한 17마일 드라이브를 하면 끝 부분에 있다. 한국인가 가장 쳐보고 싶어하는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의 바로 옆, 즉 조금 북쪽 해안에 있다.

미국의 골프 코스는 레이아웃을 크게 2가지 패턴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일본식 정원 처럼 잘 단장된 곳과 다른 하나는 스코트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 링크스의 올드 코스 처럼 거친 자연을 지향하는 형식이다.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사이프러스 포인트 골프 클럽은 후자에 해당한다. 태평양에 인접한 사이프러스 포인트는 13번 홀부터는 태평양의 거센 바람과 맞서야 하는 지옥의 코스로 그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낸다.
  

재미있는 사실은 1928년 설립된 사이프러스 포인트 골프 클럽의 설계자가 알리스터 매킨지로서 역시 오거스타 내셔널을 설계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오거스타의 창업자인 바비존스가 사이프러스 포인트를 보고 마음에 들었는지 그 설계자인 매킨지를 고용한 것이다. 매킨지는 어쨌든 오거스타 내셔널보다 사이프러스 포인트를 설계한 것에 더 자부심을 가졌다고 한다.

편백나무인 사이프러스에 빽빽하게 둘러싸인 페어웨이와 태평양이 한눈에 보이며 아득한 절벽으로 둘러싸인 홀과 마치 스코트랜드의 거친 황무지에 조성된 골프장처럼 거친 모래 언덕이 페어웨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점이 한데 어우러져서 난이도와 함께 매력을 발산하는 곳이 이 골프장의 특징으로 꼽힌다.
  

1번홀은 사이프러스 나무가 페어웨이 정면에 버티고 있다. 넘겨야 한다. 피해서 왼쪽으로 치면 세컨드 샷에서 힘을 좀 써야 할 만큼 많은 거리가 남는다.

전반 홀은 내륙(?)에 조성돼 있다. 사이프러스 나무가 호위병처럼 둘러싸고 있는 홀과 모래 둔덕과 해저드를 배치함으로써 극단적인 난이도를 주었다. 숲으로 둘러싸인 홀이면서도 해안가에 있는 링크스 코스와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13번홀부터는 해안 코스이다. 본래 이 골프장은 해안에 조성됐지만 12번 홀 까지는 숲으로 인해 바다가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13번 홀 부터는 바로 태평양과 맞서야 한다. 절벽과 맞서고 바람과 맞서고 모래 언덕과 맞서야 한다.

혹자는 짧은 파 3홀인 15번 홀을 달이 마치 호수위에 떠 있는 것처럼 그린이 바다 위에 떠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실상 탁트인 태평양의 거친 파도가 사납게 혀를 날름대고 있으니 그것을 뚫고 어렵게 볼을 그린에 올리느니 차라리 볼을 태평양으로 처 넣어버리는 것이 속이 편할 듯 하다. 

16번 홀에 이르면 아마추어들은 정신이 아득해질 수도 있다. 200야드의 거리를 샷으로 온을 시켜야 한다. 드라이버를 잡아도 태평양이 속절없이 볼을 삼키는 홀이다. 마음을 다스리고 마치 파 4처럼 페어웨이로 돌아가라고 스코어카드는 속삭인다. 

17번홀은 가혹하다. 절벽위에서 티를 꽂고 샷을 날려야 하는 데 슬라이스라면 볼은 바다로 , 훅이라면 많은 거리를 남겨두는 홀이다. 안전하게 페어웨이에 얌전하고 볼을 안착시켰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그린은 바다 건너야 절벽위에 있다.

극단적인 경험 후에 오는 18홀은 위안이 된다. 가장 평이한 홀이다. 1번홀부터 마음 졸이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쭈뼛거리며 동반자에게 창피하고 겸연쩍었을 그 많은 홀들을 지나면서 수고를 많이 했다고, 다시 찾아 달라고, 그래서는 다음에는 잘 치라고, 변함없이 날 사랑해 달라고 하는듯 한 미소짓는 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