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제품 대표 선수와 골프존 회사 대표 선수를 뽑아 필드에서 골프 샷으로 한 번 승부를 갈랐으면 좋겠습니다”

며칠 전에 만난 국내 한 시뮬레이터 생산 업체 대표의 말이다. 그의 말은 상당히 이채롭고 흥미를 끈다. 통상 스크린골프 대회라면 그 회사 제품에 익숙한 골퍼 중에서 대표 선수를 뽑고, 또 골프존에서 대표 선수를 뽑아 스크린골프 대회를 한다면 쉽게 수긍이 갈 만하다. 그러나 그는 스크린골프 대회를 거쳐 대표를 뽑고, 그 대표가 그 시뮬레이터 회사를 대표하여 필드에서 누가 더 골프를 잘 치는 지를 가려보자는 것이다.

아마도 그 사장의 말은 자기 회사 제품이 적어도 골프존 회사 제품보다 더 정확해서 그 회사 제품으로 스크린골프를 잘 친 사람이 필드에서도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명한 듯했다. 그 사장은 대회를 열면서 언론사도 초청해 그 결과를 언론에 보도까지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대회가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어떤 선수가 우승을 할지 는 알기 어렵다. 그 회사 대표가 실제로 필드에서 고수였을 수도 있고, 또 골프존의 대표 선수가 스크린골프에는 강하지만 필드에는 약한 선수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사장의 말대로 그 회사 제품으로 스크린골프를 친 사람이 필드에서 골프도 잘 치는 셈으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 사장의 제품이 “골프존보다 더 필드와 유사한 제품”이라고 광고나 선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반대의 경우가 나타나면 어찌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 회사 제품이 골프존보다 더 정확하다하더라도 골프존 대표가 필드에서 고수라면 골프존 대표가 필드에서 게임을 이길 것이다. 그렇다면 대회를 본 사람들은 ‘스크린골프는 역시 골프존’이구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같은 결과를 예상 못할 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그렇다면 그 사장이 그 대회를 통해서 얻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미친다. “언론사를 초청해서 보도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그래서 아마도 나 한테 그런 말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설령 그 게임에서 지더라도 한 번 붙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사장의 생각은 결국 국내에서 스크린골프 시장이 골프존 일색으로 흐르자 “스크린골프 시장에는 골프존 외에 다른 회사 제품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생각에서가 아닐까 싶었다. 골프존이 지금 국내 시장의 70~80%의 마켓세어를 차지하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할 까 하는 측은한 생각도 든다.

잡지를 발행하면서 초기부터 들어온 얘기가 있다. 또 다른 스크린골프 회사 관계자가 “골프존과 자기 회사 제품을 정확성 검증을 해 보자”라는 말이었다. 그 회사의 주장은 “골프존 제품은 종이컵을 볼 자리에 두고 클럽으로 종이컵을 치면 화면에서는 볼이 멀리 날아가는 것으로 표시된다”며 “그러나 우리 회사 제품은 종이컵을 두고 치면 날아가지 않는 것으로 표시된다”는 말이다. 당시에 그러한 말이 사실이었는 지, 사실이었다면 지금 보완됐는지 안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도 그런 말이 흘러 다닌다.

골프존을 제외 한 몇몇 골프 시뮬레이터 업체들은 한결같이 스크린골프의 정확성에 중요성을 두고 그것을 경쟁 요소로 생각하고 있다.

다른 한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 회사 대표의 말은 어쩌면 그러한 말에 대한 해답이 되는 지 모르겠다. “우리 회사는 시뮬레이터로 정확한 센싱을 하는 데 집중했지만 골프존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데 집중한 것 같다. 그래서 오늘날 골프존과 우리 회사는 운명이 갈렸는 지도 모르겠다”고 과거를 술회했다. 그 회사는 지금 상황이 아주 좋지 않다.

골프존도 정확한 볼 센싱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 보다는 골프를 치는 사람들의 니즈, 즉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임으로서 스크린골프’를 생각했는 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 미국의 풀 스윙 스크린골프 시스템이 국내에 들어와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나도 그 제품으로 공을 쳐 봤지만 롱 게임은 아주 정확했다. 퍼팅은 스크린 앞 바닥 아무데나 놓고 칠 수 있도록 편하게 만든 제품이었다. 그 제품 가격도 만만치 않게 비쌌다. 당시 국산 제품이 2천만~3천만원 수준인데 반해 그 제품은 7천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풀 스윙 제품은 이제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센싱은 비교적 정확했지만 국내 골프코스가 거의 없고, 무엇보다도 국산 제품보다 재미가 없다는 점 때문에 경쟁에서 밀려나 설자리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

골프를 치는 입장에서 보면 골프공을 클럽에 다소 빗맞게 쳐도 볼이 잘 나가면 민망하긴 하지만 ‘행운’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잘 친 듯한 볼이 빗맞은 것처럼 나가면 ‘재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국내 스크린골프 시장에서 동시에 출발한 몇몇 업체 중에서 골프존처럼 앞서 나가는 업체와 뒤처지거나 아예 기업의 생존이 어려워진 업체 차이는 골퍼들의 마음을 누가 사로잡으려고 노력했느냐 하는 점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