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이 가장 경기 하기 힘든 환경은 강한 바람이 부는 날이 아닌가 싶다. 방향을 종잡기 어렵다. 공이 좌우로 날리기도 하고 짧거나 길기도 한다. 바람 부는 날 골프는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위태롭기까지 하다. 자칫하면 오비(OB)가 나거나 패널티 구역으로 공이 들어갈 수 있다. 

바람 부는 날 그나마 골프를 잘 치려면 바람을 이기려고 하지 말고 순응하라고 한다. 그런데 순응이 쉽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말인 반항부터 하고 싶다.

레저나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어려운 게 골프 게임이라고 한다. 애초에 순응하거나 체념했으면 중도에 골프 클럽을 놓았을 가능성이 크다. 어려운 골프에 지지 않으려고 반항을 했기 때문에 연습을 하고 필드에 나가서 악착같이 잘 쳐보려고 한다. 

골프도 우리 인생사와 많이 닮아 있다. 예외성이 있는 것처럼 잘 치려고 잔뜩 힘을 주면 공이 안 맞다가 체념한 듯 툭 친 공이 잘 맞기도 한다. 

그런 골프와 닮은 것이 바둑이기도 하다. 

바둑에서 부득탐승(不得貪勝)이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지나치게 승리에 욕심을 내면 이기지 못한다는 뜻이다. 마음을 비우고 바둑을 두어야 한다는 것. 

새해 골프 경기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지만 봄날과도 같았던 22년이나 23년과는 약간 다른 분위기이다. 흐린 날씨이거나 어쩌면 바람 부는 날의 골프와 유사해질지도 모르겠다. 스크린골프장이나 골프연습장 손님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가끔 들리는 것을 보면 그렇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 스크린골프장이나 골프연습장 점주들은 라운드 요금이나 연습장 회비를 낮출까 하고 고민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하면 손님이 많이 들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을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결국 주위에 있는 경쟁 업소 점주와 가격으로 싸우겠다는 결과와 다름이 없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 자신이 약하고 주위의 경쟁자가 강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바둑에서는 또 세고취화(勢孤取和)라는 격언이 있다. 

자기 돌이 약하면 상대방과 싸우기에 앞서 산 돌과 연결해서 삶을 도모하라는 뜻이다. 바꾸어 말하면 먼저 내실을 강화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부득탐승이나 세고취화는 새해 골프 업계가 마음에 새겨야 할 경구로 삼아도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