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들 법하다. 

최후의 심판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수많은 그림 가운데 관람객들의 발길과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이 있다. 

목이 긴 성모라는 작품이다. 이탈리아의 파르미자니노의 1535년 작품으로 죽은 듯한 아기 예수를 무릎에 눕히고 슬픈 듯 긴 목의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그림이다. 

이 그림이 그 유명한 ‘매너리즘’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레오나드로 다빈치에 영향을 받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 거장들은 1920년대 완벽한 구도에 배경과 원근법을 넣고 작가 개인의 생각이나 감정, 섬세한 근육까지 표현해 냈다. 

1930년대 이탈리아 미술계는 이러한 앞선 천재들의 작품을 능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신체의 일부를 늘리거나 완벽한 구도에서 벗어나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한 매너리즘은 이후 새로운 미술 사조로 바뀌는데 교량 역할을 하지만 당시로서

는 완벽한 미술을 뛰어넘을 수 없는 절망과 단순한 비틀기에 불과했을 수도 있다. 물론 당시 많은 귀족들이 매너리즘 작품을 선호하기는 했다. 

스크린골프는 1990년대 미국에서 개발됐다. 풀스윙이 대표적인 업체이다. 한국에서는 알바트로스, 패밀리, 골프존 등이 2000년대 초반에 참여해, 이후 골프존이 한국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골퍼들은 골프존이 만든 스크린골프 기계인 비전이나 투비전을 마치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천재들이 그린 그림처럼 거의 완벽한 제품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뒤늦게 이 시장에 참여한 파온골프, 오케이온골프 등에 이어 프렌즈 스크린, SG골프, 지앤씨골프 등도 비전이나 투비전을 획기적으로 능가하거나 개념이 다른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골퍼들이 보기에는 매너리즘에 빠진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가운데 최근 미국 TGL 주최 측인 소파이센터가 내년 1월 9일부터 스크린골프 대회에 참가할 24명의 선수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또 온라인 상품 제작과 판매 등을 전담할 회사로 판타스틱스와 계약도 체결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미국 스크린골프 대회인 TGL은 롱게임은 가상 코스에서 하고 숏게임은 그린이나 그린 주변에서 한다. 일반 골퍼가 즐기는 대회라기보다 타이거 우즈나 로리 매킬로이, 한국의 김주형 등 골프 스타가 참여해 보여주는 대회이다. 우리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TGL이 앞으로 세계 스크린골프 시장을 어떻게 변화하거나 이끌고 갈지 초미의 관심사이다. 

골퍼들이 보기에도 적어도 수년 전에 발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탑골프나 이번의 TGL은 매너리즘은 아닌 것으로 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