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지(19)는 골프 스타이다. 아이돌 그룹이나 걸 그룹만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골프계에서 인기는 대단하다. 팬카페가 결성돼 있고 삼촌부대도 있다. 예쁘게 생긴 외모도 인기를 끌었겠지만 거침없는 스윙도 인기에 한몫을 했다.

그녀는 집안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못했다. 부친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았지만 1년 동안을 빈스윙을 해야 했다.

그런 그녀가 유명해진 것은 영동산업과학고를 다니던 시절 (주)골프존이 주최하는 스크린골프대회인 WGTOUR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부터. 아마추어와 프로 구분없이 참여할 수 있는 이 대회에서 최예지는 몇 차례 우승을 함으로써 ‘스크린골퍼 퀸’이됐다.

지난해 5월에는 KLPGA대회 가운데 하나인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오픈에 스크린골프 퀸의 인기로 인해 초청을 받았다. 최예지가 무려 5,000만 여원의 상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마추어’로 보기 어렵다며 주최측에 의해 대회 참가 중단이라는 통보를 받는 해프닝은 있었지만 그러한 일 조차도 최예지의 인기 때문에 벌어졌다.

최예지는 지난해 결코 쉽지 않다는 프로골프 자격증을 따냈다. KLPGA의 정회원이 된 것이다. 스크린골프만 잘 치는 것이 아니라 필드 골프도 잘 치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최예지는 그 이후에도 지금까지 스크린골프대회와 필드 골프 대회를 오가며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이 처럼 KLPGA 소속의 프로 골퍼들이 스크린골프 대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KLPGA 정회원인 한지훈 선수도 투어 생활의 스트레스와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해 투어를 중단했다. 그녀는 “나의 선수 인생은 여기까지구나”라고 생각하며 레슨 프로로서 아마추어들을 지도하는 일에 전념했다.

그러다가 스크린골프 대회인 WGTOUR에 참가하면서 골프에 다시 재미를 붙였다. 스크린골프 대회에서 우승을 하자 다시 필드 골프도 뛰고 싶은 의욕이 생겼다고 한다.

‘스크린 퀸’이 최예지라면 ‘스크린 킹’은 김민수일 것이다. KPGA 정회원인 김민수는 드라이버 거리가 300야드에 달한다. 아이언 샷도 정교해 스크린 골프 대회의 일인자가 됐다. 그가 지난 시즌과 올해 시즌을 합치면 상금 규모가 1억원 정도 된다. ‘스크린’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최예지를 알듯이 김민수도 안다. 그

도 이미 스타 반열에 올랐다. 김민수와 쌍벽을 이루는 채성민도 인기가 높다. 김민수는 GTOUR 1시즌에서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참가를 해 쟁쟁한 프로 골퍼들을 제치고 각 대회 우승은 물론 대상, 상금왕, 다승왕, 최저타수 상 등을 휩쓸어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장타자이지만 김민수에 비하면 또박 또박 치는 스타일인 채성민도 역시 지난해 프로 테스트를 통해 KPGA 정회원 자격을 얻었다. 그러니 필드에서도 고수인 셈이다. 채성민 역시 필드 골프 대회와 스크린골프 대회를 동시에 뛰고 있다.

소아당뇨를 앓고 있었다는 박상우의 경우에는 체력적인 한계가 찾아와 KPGA 투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GTOUR가 자신이 갈망하던 투어에 대한 꿈을 다시 꿀 수 있게 하는 소중한 대회였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처럼 스크린골프 대회에 프로골퍼들이 참여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주)골프존이 개최하는 남자 스크린골프 대회인 GTOUR에서 KPGA 프로골퍼의 참가자를 보면 지난해 시즌인 2012-2013 GTOUR 대회 결선에는 평균 23명이었으나 2013-2014 GTOUR 결선에는 37명으로 늘었다.

역시 (주)골프존이 개최하는 여자 스크린골프 대회인 WGTOUR에도 KLPGA선수가 지난해 시즌에는 평균 17명 이었으나 이번 시즌에는 평균 34명이 참여하고 있다.

참여 쉽고 상금도 짭짤해 

그렇다면 왜 프로 골프 선수들이 스크린골프 대회에 참가하는 것일까? 그것은 프로 골프 선수들의 기량이 아마추어 선수들보다 우수한데다 스크린골프 대회 상금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매달 1회씩 실시되는 남자 대회와 여자 대회 상금이 1억원 수준이고 우승 상금만 1,000만원이다.

최근에는 1,200만원인 대회도 열리고 있다. 선수들은 스크린골프장에 가서 이틀 동안 라운딩만 하면 되기 때문에 대회 참가하는 데 따른 비용이나 시간도 많이 들지 않는다. 그런 반면 우승 상금은 적지 않기 때문에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GTOUR와 WGTOUR는 어떤 대회인가?

현재 스크린골프의 메이저 대회라 할 수 있는 GTOUR와 WGTOUR는 (주)골프존이 2012년에 창설했다. 1년에 총 8번의 정규 리그과 1번의 챔피언십이 열리는 이 대회는 프로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투어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골프존이 선수 등록을 하면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에따라 초창기에는 스크린골프를 잘치는 아마추어 즉, 소위 마스터급 선수들이 주로 참여해 대회를 독식했으나 그 이후 프로 선수들이 참여하면서 지금은 사실상 프로 골프 선수들이 우승을 거의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스크린골프에 익숙하지 않은 많은 프로 골프 선수들은 아마추어 선수에게 밀려 탈락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GTOUR가 프로 골프 선수들에게 만만한 대회는 아니다. 하지만 필드 대회에 비해서 연습할 장소도 많고 예선 컷을 통과하기 위해 해당 코스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여러 번 연습할 수 있는 스크린골프 시스템은 프로 선수들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

어쨌든 이 대회는 프로와 아마추어 800여명 정도가 참여해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벌써 SBS골프에서 대회를 중계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이 대회는 이제 2시즌 밖에 열리지 않은 걸음마 단계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지는 쉽게 예상이 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GTOUR는 아직까지 일반 골퍼들이 스크린골프를 필드 골프보다 낮게 보거나 골프가 아닌 게임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러나 프로 골프 선수들의 참여가 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 그 같은 시선은 멀지 않아 달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회 활성화 가능성 크다

현재 국내에는 (주)골프존 외에도 많은 스크린골프 업체들이 스크린골프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상금 규모가 적어 아마추어들은 많이 참여하지만 프로선수들은 거의 참여하지 않고 있다. 프로 골프 선수들은 대부분 (주)골프존이 주최하는 대회에만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골프존은 회사 재정 상황이 넉넉하나 다른 스크린골프 업체들은 골프존 보다 못하고 또 여타 업체들은 대회 스폰서를 구하는 길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주)골프존이 주최하는 대회는 날로 발전하고 있다. SBS골프 채널은 2013-2014 GTOUR 윈터시즌 부터는 녹화 중계가 아닌 생중계를 시작했다. 녹화중계 당시에도 스크린골프 대회 중계라는 사실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주었던 GTOUR가 이제는 생중계를 통해서 대회의 현장감을 더 높였다. 스크린골프를 잘 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프로 골퍼들의 참여로 경기 질의 향상

1시즌에 비해서 프로 골퍼의 참여가 늘어난 2시즌에서는 경기의 질적 내용도 한층 상승했다. 1시즌에서 각 대회 우승 스코어는 평균 9.5 언더파인데 비해서 2시즌에서는 14.6언더파로 크게 상승했다. 실제로 2시즌에서는 아무리 어려운 코스에도 두 자리 수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해야 우승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선수들의 실력이 수직으로 상승했고 경기를 보는 사람들도 선수들의 신들린 듯한 샷에 재미를 더 해가고 있다.

11월 전용 경기장을 통해 다시 한 번 도약 꿈꿔

(주)골프존은 오는 11월 대전에 스크린골프 전용 경기장인 스크린골프 센터를 완공한다. 스크린골프 대회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전용 경기장의 등장은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대회의 품격을 올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2013-2014 삼성증권 mPOP GTOUR 윈터시즌은 우승상금이 1,200만원으로 상승해 스크린골프 대회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더 좋은 선수들을 활약하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현재 GTOUR의 치열한 경쟁에 대한 보상으로 상금 규모가 조금 더 올라가야 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골프존 GTOUR에 참가하는 마스터 등급의 선수들의 포지션이 점점 애매해 지는 것은 사실이다. 프로의 냉철한 승부의 세계와 달리 아마추어 골퍼들은 대회를 대하는 방식 자체에 차이가 있다.

1시즌에서 총 9개의 경기 중 6번의 대회에서 골프존 마스터 등급, 즉 아마추어 선수들이 우승을 했지만 2시즌에 들어서는 단 한명의 마스터 등급 우승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문호가 열려있고 선수층도 두터운 아마추어가 골프를 전문으로 하는 프로 선수와 겨뤄 대회에 우승하는 빈도가 늘어날 지, 아니면 프로 골퍼들의 독무대가 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