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웅 할거의 시대

적어도 미국 프로골프(PGA)투어에서 2014년은 절대강자가 없는 혼전의 양상으로 시작되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몇차례 치러진 대회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오히려 시즌 3승을 거둔 지미 워커와 HSBC챔피언스에서 우승한 ‘장타자’ 더스틴 존슨의 약진이 돋보일 정도.

실력과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선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골퍼들. PGA투어에서 스타플레이어들의 부진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잘 증명하고 있다. 골프 아이콘, 타이거 우즈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미국 샌디에이고 라호야 토리파인스(파72·7698야드)에서 열린 파머스 인슈어런스(총상금 610만달러)에서 야심차게 첫승을 노렸으나 그 꿈이 보기 좋게 깨졌다. 그가 8번이나 우승한 골프코스라고 고르고 고른 대회였다.

로리 매킬로이(아일랜드)에게도 2013년은 그야말로 악몽의 한 해였다.

PGA투어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던 2012년까지만 해도 그의 승승장구를 의심할 사람은 없었다. 2011년 US오픈 우승의 여세를 몰아 2012년에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5승을 거두고 올해의 선수로 뽑힌 그다. 이듬해 초 나이키와 2200억원의 후원계약을 맺는 잭팟을 터트린 사건은 이전까지 그의 성과를 보상받는 절정의 사건이었다.

2013년은 그에 있어 타이거 우즈를 꺽고 세계 골프계를 호령할 절호의 기회가 마련된 시기였던 셈이다. 세계 골프계를 장악해왔던 타이거 우즈가 부진의 나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실제 그의 부활을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많다) 그를 대체할 영웅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하지만 타이거 우즈에게나 그에게나 2013년은 악몽의 해가 됐다. 자신조차도 “2013년은 정말 긴 한해가 됐다”고 넉두리할 만큼 힘겨운 시기였다.

부진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에게 거금을 안겨준 후원사의 제품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문제가 아니냐는 평가가 대세로 떠올랐다. 새로 바뀐 골프클럽에 적응이 덜됐다는 그럴 듯한 분석이었다.

경기력에 골프 클럽이 매우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2살 때 골프를 시작한 세계적인 골프 선수가 클럽에 그렇게 오래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은 큰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대부분의 남자들에 적용되듯 여자문제도 용의선상(?)에 떠올랐다. 그와 사귀고 있는 테니스 스타, 캐럴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에 관한 구설수였다. 그는 테니스 세계랭킹 상위권을 달리고 있으며 내한 경기까지 치른 세계적인 스타다.

브레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커플을 브란젤리나로 부르듯 둘의 이름을 합성한 보질로이(Wozzilroy)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로 로리 매킬로이와 캐럴라인 보즈니아키는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올해초 약혼발표를 통해 사실이 아님이 들어났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한 때 겪는 사소한 다툼이나 불화가 있었을지언정 그의 경기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요인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부진의 원인을 찾기 위해 신경을 쓰다가 더 부진해지는 악순환을 가져왔다. 

“내 골프를 어렵게 만드는 건 경기력 저하가 아니라 왜 성적이 나쁜지에 대한 질문에 끊임없이 대답해야 하는 것”이라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호소할 정도였다.

결국 그가 입을 열었다. 원인은 법적 소송에 있었다. 2013년 11월 아랍에미레이트(UAE)에서 열린 유럽프로골프투어 월드투어 챔피언십에 앞서 그는 “올해 만난 변호사가 작년까지 평생만난 변호사 수보다 더 많았다”며 “골프 선수가 여러 잡념이 없어야 하는데 올해와 같은 상황을 겪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지난해 나이키와 후원계약을 맺으면서 이전 후원사였던 오클리로부터 고소를 당했고 또 자신의 매니지먼트 회사를 차리면서 이전 소속사였던 호라이즌 스포츠 매니지먼트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클럽의 문제였든 연인과의 불화였든 소송이 문제가 됐던지간에 골프에만 전념해왔던 촉망받는 젊은 골퍼의 멘탈에 어떤 형태로든 복합적으로 작용해왔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는 좋은 부모 슬하에서 바르게 자란 젊은이다. 타이거 우즈나 한국 KLPGA 스타들처럼 아버지가 2살 때 쥐어준 골프채를 가지고 놀다가 골프 선수로 성장했다. 자신을 헌신적으로 지원해준 부모들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여느 젊은이나 마찬가지로 음악에 열광하고 좋아하는 운동을 하는 평범한 젊은이다. 그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면 그의 인간적인 면모들이 배어나온다. 그는 골퍼로 성장하면서 “삶의 일부분으로 골퍼로 만족하며 세계 각곳을 다니면서 놀랄만한 경험들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할정도로 골프를 사랑하고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그의 인생을 즐기고 있다. 바르고 건강한 그에게 발생한 2013년의 다양한 사건들은 더 큰 선수로 도약하기 위한 성장통쯤으로 치부해도 될 듯하다. 

로리 매킬로이는 지난해 단 한차례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한때 세계 1위를 자랑하던 랭킹은 어느새 7위까지 떨어졌다. 이제는 무관의 제왕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하지만 그가 본격적인 부활의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1월 19일, 아랍에미레이트(UAE) 아부다비 골프장에서 열린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HSBC골프 챔피언십(총상금 270만달러)에서 공동 2위로 오르며 올해 도약을 예고했다. 만약 3라운드에서 조그만 실수로 인해 2벌타의 패널티를 부과받지 않았다면 길고긴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올 귀한 첫승을 올릴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최근 그가 약혼자에게 청혼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캐럴라인 보즈니아키에게 2억원의 다이아몬드반지를 건내며 사랑을 다짐했다는 내용이다. 골프 클럽의 적응도 HSBC골프챔피언십을 통해 증명한 상태. 다시 한 번의 부상을 위해 그의 멘탈을 둘러싼 문제를 하나씩 정리하는 모양세다.

최근 그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에게 경기 외적인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타이거 우즈에게 들은 대답은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였다고 한다.

‘마음 수양’을 통해 2013년의 악재를 딛고 그의 현란한 플레이를 보고자하는 팬들에게 다가설지 관심이다.

로리 매킬로이(Rory McIlroy)

1989년 5월 4일생

178cm, 73kg

아일랜드

2007년 PGA입회

2013 PGA 투어 발레로 텍사스오픈 준우승

2012 대영제국훈장

2012 미국골프기자협회 올해의 선수

2012 PGA 투어 올해의 선수

2012 EPGA 투어 DP 월드투어 챔피언십 우승

2012 PGA 투어 BMW챔피언십 우승

2012 PGA 투어 도이체방크 챔피언십 우승

2012 제94회 PGA 챔피언십 우승

2012 PGA 투어 혼다클래식 우승

2012 라우레우스 월드 스포츠 대상 신인상

2011 유럽 프로골프투어 올해의 샷

2011 유럽아시아 프로골프투어 UBS 홍콩오픈 우승

2011 레이크 말라렌 상하이 마스터스 우승

2011 제54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 2위

2011 PGA US 오픈 챔피언십 우승

2011 EPGA 메이뱅크 말레이시아오픈 3위

2011 유러피언투어 아부다비 챔피언십 준우승

2010 브리티시오픈 공동3위

2010 PGA 퀘일할로 챔피언십 우승

2009 EPGA 두바이 데저트클래식 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