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사나 바이울? 난 다를 거예요.

여자골퍼의 떠오르는 샛별, 리디아 고가 마침내 프로 데뷰를 선언했다.
지난 9월 12일 개최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리디아 고는 16세의 소녀라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침착한 플레이와 골프 기량을 보여주며 자신에 대한 관심에 준우승이라는 확실한 성적으로 화답했다. 
 

골프여제 박인비와 박세리,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미야자토 미카(일본) 등 LPGA를 쥐락펴락하는 기라성 같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도 전혀 손색없는 플레이를 펼치며 아마 최강이라는 이름값을 했다. 대선배들과의 동반 플레이에 주눅이 들만도 한데 놀랄만한 멘탈과 기량으로 자신의 상품성을 본인 스스로 증명해낸 것이다. 
 

사실 리디아 고의 천재성은 아마추어 대회 참가 기록만을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는 지난 2012년 US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따내며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이후 2012년 LPGA투어 캐나다오픈에서 최연소 투어 우승기록(15세 4개월 2일)을 세운데 이어 올해 8월에 열린 같은 대회에서 2연패에 성공하며 LPGA투어 사상 아마추어 신분으로 2승을 거둔 선수라는 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아마추어 신분으로 참가한 대회마다 걸출한 성적을 내면서 세계 랭킹 4위까지 오르자, 프로 전향 시기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더욱이 그가 아마추어 선수로 참가했기 때문에 받지 못한 상금이 100만달러에 육박하는 180만달러 수준. 아마추어라고 자위하면서 포기하기에는 너무 많은 금액이다.

마침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의 성적을 내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리디아 고 스스로 프로데뷰를 선언했다. 지난달 23일 리디아 고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의미있는 결정을 내렸다”며 앞으로의 진로를 공식화했다.

따라서 프로선수로서의 첫 출전은 이달 미국 플로리다 네이플스에서 개최되는 LPGA투어 시즌 최종전인 CME타이틀홀더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프로 데뷰를 기정사실화했지만 전향에 대해서는 조금 불투명한 구석도 남아있다. 또 프로선수로서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LPGA 투어 회원이 되려면 18세 이상이 돼야 한다는 규정이 걸림돌이다. 16세의 리디아 고는 아직도 2년을 기다려야 프로 데뷰 자격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선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예외없는 규칙이 없다고, 폭발적인 장타력에 끼와 외모를 갖춘 미셸 위(미국)와 렉시 톰슨(미국)이 그 예다. 두 선수 모두 리디아 고 정도의 기량은 아니었지만 LPGA가 예외 규정을 적용할 만큼 기량과 상품성으로 16세때 프로무대를 밟았다.

확실한 선례가 있기 때문에 LPGA측은 리디아 고와 같은 스타의 진출을 거부할 특별한 명분은 없어 보인다. 또 본인 스스로도 프로 전향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거취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리디아 고의 프로데뷰에 대해 세계 언론들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AP나 로이터와 같은 외신들은 “리디아 고가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 측에 입회연령 제한 규정의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또 야후스포츠는 “충분한 실력과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춘 리디아 고가 투어 멤버로 등록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리디아 고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ESPN의 마이클 콜린스기자는 ‘프로 전향하지마, 리디아고(Don't Go Pro, Lydia Ko)'라는 영상 논평을 제작했다. 

그는 “LPGA투어 사무국은 너무 어린 선수들이 프로 무대를 밟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며 “나이 규정이 허물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일찍 프로무대에 뛰어든 선수들이 LPGA에서 성공한 경우가 극히 드물다”고 밝혔다.

특히 우크라이나 출신의 피겨스타였던 옥사나 바이울이 1994년 릴리 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16세에 프로로 전향했지만 이후 빛을 보지 못한 사례를 들면서 ‘조기 프로행’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사실 어린나이에 혜성처럼 나타났다 흔적없이 사라진 스포츠 스타가 옥사나 바이울 뿐이랴. 
 

그도 그럴것이 리디아 고의 경력은 사실 굵고 짧다. 2012년과 2013년 성적이 다 이기 때문에 아직 확실한 연장선을 그리기에는 경력의 간극이 짧은 감이 없지 않다. 아마추어로써 부담없는 경기를 펼치던 때와 상금을 걸고 이기기위해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동원해야 하는 프로무대는 엄연히 다르다는 의견이 설득력있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 프로 무대에서 플레이하는 그의 모습은 기량면이나 멘탈면에서나 이같은 우려가 기우임을 증명할 태세다.

본인의 선언도 있었던 만큼 그의 프로 데뷔 후 가치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직 돈이 뭔지도 모를 어린 소녀를 놓고 몸값을 따지기 낯간지러운 면이 없지도 않지만 모든 것을 돈으로 매기는 프로 스포츠 선수이기 때문에 필연적일 듯하다. 
 

그에 앞서 16세이던 2005년 프로로 데뷔한 미셸 위는 당시 나이키와 1,0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계약을 이끌어 낸 바 있다. LPGA투어에서 우승한 성적도 없는 상태였다. 위성미는 남자 선수를 능가하는 가공할 장타실력과 외모, 넘치는 끼에 미국인이라는 점이 감안돼 누구도 예상못한 대박을 터트렸다. 
 

골프 실력만 놓고 본다면 리디아 고가 우위임에는 틀림없지만 미셸 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뉴질랜드의 공영방송사인 TVNZ에 따르면 리디아 고가 프로로 전향하면 600만 달러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근거로 뉴질랜드 교포인 남자골프 선수 대니 리의 경우 프로로 전향하면서 글로벌 마케팅 기업인 IMG와 1,200만달러에 계약을 한 전례가 있다. 보통 여자 선수들이 남자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리디아 고가 프로전향 즉시 최소 600만달러 정도 받을 수 있지 않냐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 현재 나이키를 비롯해 유수의 외국 다국적기업들이 리디아 고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물론 국내 기업들도 포함된다. 
 

더군다나 리디아 고는 대회 출전이 비교적 까다롭지 않은 한국내 사립대학 진학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국내 기업들의 추가적인 스폰서 계약도 잇따를 전망이다. 

프로무대를 호령하는 제2의 박세리, 박인비가 탄생하는 모습을 리디아 고를 통해 볼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